민박

지리산자락에는 아침부터 촉촉히 봄비가 내립니다

진이아빠 2010. 5. 22. 10:51

 

간밤에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약 한달 전 예약하셨던 민박손님께서 오늘 아침 일찍 지리산길 트레킹을 나서기로 했기 때문에 점심으로 드실 김밥도 조금 싸야 하고 모셔다드리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여느 때와 같이  지리산자락을 내다보는데 빗방울이 비치기 시작합니다.

집사람은 비와 상관없이 김밥만들 밥을 앉히고 저는 컴퓨터를 켜서 오늘 일기예보를 챙깁니다.

남원, 오전 강수확률 70%, 오후 90%, 내일은 많은 비 예상. 우짜노!

 

8시 쯤 두 팀 손님들께 물어봅니다. 날씨가 이런데 어쩌실거냐고.

모처럼만에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두 팀 모두 예정대로 금계에서 매동까지 걷겠다고 합니다.

9시 정각 두 번에 걸쳐 총 열 한 분을 금계마을 입구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첫번째 남편분들과 다른 팀 두 분들은 정치이야기와 지리산댐이야기를 나눴고

두번째 여자분들과 어린이들은 지리산댐과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수몰예정지에 대해서 설명하니까 이구동성으로 말도 안된다고 하십니다.

도대체 이 정부는 왜 자연을 자연그대로 두지 않고 파헤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하십니다.

저도 그분들의 말씀에 동조를 하니 코드가 같다며 기뻐하십니다.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하고 혼자 돌아오는 길, 빗방울이 굵어집니다.

차창을 때리는 굵은 빗방울을 보니 슬그머니 걱정이 됩니다.

우의를 잘 챙겨 가셨을까?

 

저희가 이곳으로 귀농하면서 집을 설계할 때 우리가 기거할 방 이외에 세 개를 1층에 별도로 추가했습니다.

8남매 형제들이 휴가 때 돌아가면서 와도 그 정도 방은 필요하고 친구들이 와도 여분의 방이 필요하리라 판단했습니다. 그랬던 것이 민박이라는 업을 하게 되었네요^^*

 

오늘같은 날은 막걸리에 부침개날이긴 한데

허구한 날 곡차만 마시기도 그렇고 오늘은 조금 참아볼까 생각중입니다.

비내리는 지리산자락에서 하릴없는 중생이 주절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