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상하이 엑스포를 보며

진이아빠 2010. 5. 1. 15:24

 

<이 얼 싼 쓰... 요따구 책으로 뭐가 되겠수^^;;>

중국의 발전이 눈부시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한지 어느덧 30년.

체제는 사회주의면서 경제는 자본주의를 본딴 개방정책.

검은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상하이는 양쯔강 하구인 황푸강을 경계로 마주보며

여느 세계 대도시들과 같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루고 있다.

구시가지는 외탄거리라 하여 유럽풍의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외세침입을 겪으며 열강들이 침략할 때마다 건설한 웅장한 석조건축물이 고풍스럽다.

 

강건너 신시가지는 동방명주를 비롯한 고층빌딩들이 마천루를 이루며

밤이면 화려한 네온들이 휘황찬란하게 황포강을 물들인다.

외탄거리는 연인들의 속삭임으로 시간가는줄 모르며 깊어만 가고

요란한 댄스뮤직은 그들을 나이트클럽이나 주점으로 유혹한다.

 

어젯밤 그 상하이에서 엑스포 개막행사가 있었나 보다.

동방명주에서 펼쳐진 폭죽놀이와 방송의 아나운서멘트를 들으니 십수년 전 상하이 황푸강에서 칼스버그를 마시며 어떻게 13억 인구를 쥐락펴락해볼까 고심하던 기억이 새롭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갈 중국을 봤을 때 비전은 가졌지만 확신이 없었던 새가슴.

 

통역겸 가이드로 데려다니던 어떤 총각

괜찮은 곡찻집을 안내하랬더니 서울에서 온 아가씨들이 열었다는 룸싸롱으로 데려갔다.

우리를 룸으로 밀어넣고는 한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알고보니 그녀석이랑 주점사장이 흥정을 했던가 보다.

 

한참을 기다린 후 통역이 아니라 아리따운 룸싸롱 사장님이 친히 들어오셨다.

나에게 귓속말로 조용히 이야기 좀 했으면 좋겠다고.

엥? 초면에 무슨 조용히 할 얘기가 있다고, 술이나 주면 되지 했는데.

사장님, 저 총각 통역으로 절대 쓰지 말고 가이드도 가능하면 바꾸세요 한다.

 

흠, 녀석이 우리가 먹는 술값을 바가지 씌우고 총액에서 30%를 리베이트로 달랬단다.

프랑스에서 수입한 에비* 두어병을 이미 따서 마셨는데 그냥 가란다.

앞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거든 중국말을 배워서 오던지 똘똘하고 믿을만한 놈을 쓰던지 하라고 충고하며.

주점을 나와 그자리에서 바로 수고비를 주고 통역을 보내버렸다.

 

그 이후 우리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중국을 방랑자처럼 손짓발짓하며 싸돌아다녔다.

사업은 먼 후일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 곡차만 죽어라 후렸다.

예로부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놈이 먹는다는 말이 있었다.

우리는 그날 곰이었고 통역은 *놈이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다.

 

그때 중국어를 잘했고 추진하던 일이 순조로웠더라면

오늘 나는 지리산자락이 아니라 상하이 어느 빌딩숲에서 숨막히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시 한중일 삼국의 국민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중국이 아무리 발전해도 한국을 따라잡을 수 없고

한국이 아무리 발전해도 일본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라고.

그러나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중국을 따라잡을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 아닐까?

왠지 갈수록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