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물구나무서다
어제 일기예보에 남원지방 아침최저 영하 2.1도랍니다.
새벽에 내린 비가 지리산 정상부근과 칠선계곡에는 하얀 눈이되어 계절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예년같으면 들판이 제법 푸르고 고사리꺾는 아낙들이 저 누런 구릉에 허리숙이고 있을 텐데.
영월에 계신 어떤 존경하는 분은 계절이 미쳤다고 표현하셨더군요. 정답이라 생각합니다.
무려 100년만에 이런봄이 처음이라니, 아니 기상관측이래 처음이라죠?
꽃을 이미 피운 과수들은 올해 수확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농민이 잘 사는 세상은 기대난일까요?
며칠 전 고향에 갔더니 거기는 활엽수들이 벌써 잎을 활짝 피웠고, 야산 군데군데 오리나무와 떡갈나무 연두색 이파리들이 아름답던데 여긴 아직 황량하기만 합니다.
나무들은 겨울철 혹독한 삭풍을 몸으로 그냥 맞서다 장렬히 전사했는지 아직 나목 그대로입니다.
고사리밭은 붉은색으로 봄의 전령을 맞이하지 못한 듯 하고요.
거의 대부분 농민들은 위험분산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여건이 되지 않아 알면서도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흉작이 들면 그해는 경제적으로 굉장한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오래 전
전라남도 진도에 간 일이 있었습니다.
따뜻한 남쪽나라라 그런지 대파농사를 많이 짓더군요.
`밭떼기`라는 이름으로 중간도매상이나 대규모 자금을 가진 상인들이 파밭을 통째로 매입해서 출하하고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농민들에게 어떻게 농작물가격을 쳐줍니까?"
"농민들이 올해 파작황이 어떨지 압니까, 그러니 우리가 준다는대로 거의 결정되는 편이죠"
그런 상인들은 전국을 다니면서 작황은 물론이고 파종면적까지 가늠해서 밭떼기를 하더군요.
우리나라도 농협이나 이장들을 활용해서 농민들에게 직접 농작물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어떨까요?
거의 대부분 농민들은 작년에 `돈이 된 작물`을 심으니 과잉생산으로 갈아엎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잖아요.
이런 현상을 경제용어로 거미집이론이라 하던가요? 늘 뒷북치기가 되는 걸 정부나 농협도 알면서.
날씨가 미쳤다더니 저도 미쳤나 봅니다^^*
씰데없는 이바구를 해샀는거 보니까.
"농민 여러분 부자되세요~"라고 매일 외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