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가 받은 선물 『무소유』

진이아빠 2010. 3. 19. 22:00

 

 며칠 전

법정스님께서 입적하셨습니다.

그날은 가만히 짚어보니 2003년 어머님께서 영면하신 양력날짜와 같은 3월 11일이었습니다.

저는 평생을 두고 잊혀지지 않을 뜻깊은 날이 될 것 같습니다.

 

1990년으로 기억합니다.

지인께서 저의 사무실에 들러 불쑥 내민 책이 법정스님의 무소유였습니다.

당시에는 이 책이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아니면 제가 과문했던지 그냥 그렇고 그런 책 한권 선물받았다 생각하고 지나쳤더랬습니다.

 

보통 책들이 그렇듯 한두 번 읽고나면 책장에서 먼지만 가득 머리에 인 채 사장되곤 하는데

저에게 무소유 또한 예외는 아니었던 듯 그 후 불행하게도 `잊혀진 책`이었나 봅니다.

간혹 법정스님의 책을 이런저런 기회에 읽을 기회가 있었지만 뼈에 사무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종교를 가지지 않았고 종교를 가진자에 대한 경외심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제가 시건방진 건 몸소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다고 자부했던 겁니다.

가능한한 많은 걸 가지지 말자.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싶어진다.

비우자. 비우지 않으면 채워도 채워도 한이없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경상도`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전라도`까지 겁없이 왔습니다.

 

지난 3월 11일

법정스님께서 입적하셨다는 뉴스를 보는 순간 고압전기에 감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연 나는 20여 년 전에 읽었던 무소유를 한번이라도 실천하고 있었던가.

속물로 살아온 내가 `발가락이 닮았네`라고 외치고 있는 건 아닐까...

 개인적으로 사회과학도서류를 좋아하고 에세이나 시집같은 것도 선호하는 편입니다.

탈무드나 채근담같은 것도 자주 손에 잡는 편이고요. 만화나 3류소설같은 것은 선호하지 않으며 무협지같은 것도 즐겨읽지 않습니다. 딸아이가 둥지를 떠나면 제대로 정리를 좀 하던지, 버릴 건 버리고 줄 건 주고...

 

오늘 게으른농부님으로 부터 받은 이 책은 두고두고 빚으로 남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더군다나 사모님께서 어둡고 무거운 창살너머로 넣어주신 영치품이라는데 이를 어째?!

지성인과 지식인의 차이가 앎을 실천하는가 아닌가의 차이라는데 읽고 실천하자면...워쪄^^*

 

게으른농부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