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침을 맞다
왼쪽 어깨에 벌침을 맞았습니다.
지난 봄부터 가을까지 몇 차례 농장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제거하느라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작년에는 800여 평을 단 하루에 다 깎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더니 올해는 어깨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대가 늘어났는지 무거운 물건을 들지도 못하겠고 어떤 때는 가만히 있어도 통증을 느꼈습니다.
지난 12월 1일인가?
김장준비로 한창 바쁜데 거실 이중창 사이에 벌이 한 마리 들어와서 못나가고 엥엥거립니다.
`옳구나, 아픈 어깨에 봉침을 맞아야겠다!` 고 생각하고는 얼른 벌을 잡았습니다.
집사람에게 핀셋을 잡게 하고 벌의 침만 잘 뽑아서 어깨에 네 군데를 쏘았습니다.
따끔거리며 독을 쏟아넣었는데 처음에 너무 강하게 쏘아서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시일이 지날수록 간지러워서 미칠지경입니다.
예전에 너무 열심히 일과 축구를 해서 왼쪽 무릎이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운전할 때 클러치를 밟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아파서 차를 오토매틱으로 구입했을 정도였습니다.
아는 분께서 봉침이 특효라 해서 마당 한켠에 심었던 국화꽃에 벌이 왔길래 그걸로 봉침을 맞았었지요.
보름가까이 가려워서 혼이 났지만 거짓말처럼 아픈무릎은 나았습니다.
그 생각이 나서 이번에도 봉침을 맞았는데 지금은 몹시 가려울 뿐 효과는 더 두고봐야 합니다.
이번에도 깔끔하게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농사일은 몸으로 부딪혀야 하기에 건강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만일 어깨가 낫지 않으면 내년 봄부터 당장 제초작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농사도 계속하기 어렵겠지요.
나를 위해 희생한 벌에게는 미안하지만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는다면 내년에는 벌도 몇 통 길러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나무밭에 농약을 일절 하지 않았기에 벌통을 놔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