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희망자의 방문을 받다
엊그제 경기도 광명에서 부부가 우리집을 방문했어요.
집사람 친구의 시누 부부인데요, 조만간 귀농을 하려 한다더군요.
오후 5시 경 도착하여 돼지고기를 구워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남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컴퓨터관련 회사에 근무하다 그만둔 상태였습니다.
부인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데 생명에 지장이 있는 나쁜 병은 아닌 것 같고 관리가 필요한...
나름대로 귀농관련 설명회나 행사장들을 가보고 인터넷으로 자료도 모으고
몇 년 전부터 준비는 했던 모양인데 `총론`은 이해가 갔으나 `각론`부분에서는 저와 조금 다르더군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주말농장에 농사를 지어봤다고 하는데 그걸로 자신감을 피력하니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그 가운데 한 가지를 소개해 보면
부부가 건강을 위해서 텃밭을 가꾸겠다고 했는데 그 면적이 1,000평이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유기농 무농약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제가 울산에서 마당의 잔디관리와 텃밭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잔디 100평, 텃밭 55평을 부부가 감당하지 못 해서 허우적대던 이야기를 리얼하게 했지요.
장마철 잔디는 깎고 돌아서면 자라고 돌아서면 자라서 집사람에게 잔디 좀 깎으라고 했더니 `제초제를 뿌리라`했다는 말과 텃밭은 결국 옆집 아줌마에게 절반을 빌려주고 절반만 하는데도 풀과의 전쟁에서 완패했다고...
그러면서 부부가 먹을 수 있는 양의 채소류는 20평만 지어도 다 못 먹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쉬 수긍하지 못 하는 표정을 짐짓 짓더니만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하니 이내 수긍을 하더군요. 부부가 먹는 양이라고 해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곳에서 행해지는 관행농과 시설농에서 한해 버는 수익이 단위면적당 얼마나 되는지
하루 일하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솔직히 얘기했더니 크게 놀라더군요.
방송에서 억대귀농인들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 귀농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더군요.
요즘 각 방송사들이 귀농에 대한 프로그램 편성을 부쩍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농사도 경제입니다.
경제원리에는 `규모의 경제`라는 게 있지요.
돈 없이 귀농해서 몸으로 때우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농촌에는 빈집이 넘쳐난다, 그 빈집을 빌려서 우선 살아본다.
땅도 묵혀진 것이 많다, 그걸 빌려서 농사지어 본다.
이렇게 쉽게 생각하고 이곳저곳 발품을 팝니다.
하지만 꼭 그게 나쁘다 좋다는 떠나서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어디로 갈 것인가
무슨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
그걸 하려면 얼마나 필요하며 내게 그만한 돈은 있는가
위의 내용을 먼저 결정한 후에 귀농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로 표현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전날 마신 술이 과해서 아침도 못 먹고 간 그 부부, 다음 목적지는 정읍이라고 했는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여 부인의 건강도 되찾고 안정된 귀농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