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길-1구간 끝-
금계마을을 벗어나면 도로가 나오고
그 도로를 건너면 바로 다리가 이어진다.
2구간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우리집에 민박하신 손님들 중 1구간을 걷고
금계마을까지 오신 다음 나에게 전화를 하시고 차편을 부탁하신 분들이 계셨다.
사실 시골 교통편이 도시에 비하면 많이 불편한지라 흔쾌히 도와드린다.
어차피 느린 삶을 살아보기로 마음먹은 분들은 돌아오는 길도 느리게 걸어오지만...
이 다리가 2구간으로 이어지는 다리다.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자연이 보존되어 있다는 느낌이 와닿는 곳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시원한 다리 아래서 나홀로 점심을 먹었다.
집에서 싸 간 김밥인데 작년에 담았던 김장김치를 넣어 만든 거다.
이건 내가 평소에도 입맛이 없을 때 즐겨먹는 메뉴 중 하나다.
물은 전날 냉동시켜뒀다가 가져가면 알맞게 녹아 청량감을 더해주는 얼음물로 변해있다.
아쉬운 것은 이 아름다운 곳이 지리산댐으로 수몰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도로를 따라 우리집까지 걸어오려 마음먹었기에
속도를 내면서 중간중간에 아름다운 곳을 둘러보면서 왔다.
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찍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아무래도 가을이 무르익어가면서 `사진빨`이 잘 받으니까 그럴 것이다.
이 아름다운 엄천강이 수몰된다니...ㅠ
어떤 일이 있어도 지리산댐은 막지 못 하게 해야 될 것 같다.
4대강을 살린다고 난리면서
성동격서인가, 왜 이곳에 댐은 막으려 하는지...
계단식 논에서 익어가는 벼를 보니 한폭의 그림같았다.
원색을 풀어놓은 수채화같은 그런 뉘앙스...
시골길 가에는 이렇게 꽃길을 조성해 놓은 곳이 많다.
다양한 꽃들이 걷는 이로 하여금 마음에 여유를 준다.
잠시 쉬어가라고 손짓하는 주막집 아낙마냥
바쁜 일상에 쫓기는 인간에게 느리게 살아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마천면을 지나면 백무동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이리로 가면 지리산 등반로 중 천왕봉이 제일 가까운 코스가 나온다.
지난번 고향친구들이 왔을 때
이 코스로 부부동반 왕복하는데 9시간 정도가 걸렸으니 비교적 가까운 길이랄 수 있다.
마천에서 실상사쪽으로 오다보면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이런 곳도 있다.
출사단이 잠시 머물러 사진을 찍고 간다.
집에 거의 다 왔다.
실상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우리집까지는 10여 분 거리다.
집에서 출발해 집에까지 오는데 다섯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 개통될 지리산길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모르지만
현재까지 내가 가본 바에 의하면 1구간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다녀온 분들의 의견도 대부분 일치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