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바기오

필리핀 여행기를 마치며

진이아빠 2009. 9. 5. 12:02

 

<내가 머물렀던 집 마당에서 본 바기오 주택들>

 

필리핀에서도 바기오는 살기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기후가 온화하고 인심이 후해 보였다.

 

교민들은 대부분 은퇴이민자들이나

어학원과 유학원, 학교운영, 음식점을 하고 있었다.

 

은퇴이민자들은 연금을 받아 생활했는데

작년 말 몰아닥친 세계경제 소용돌이 속에서 환율 때문에 고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은퇴이민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어학원과 유학원을 경영하던 일부 사업자들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 한국에서 입금받고

합법 또는 불법으로 송금을 받아 환전해서 운영하는 것 같았는데 환차손이 심각했다.

 

국내에서 받는 돈은 올려받지 못 하고

달러와 페소화는 원화대비 크게 비싸지니 한인들이 견디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최고 1만 5천여 명의 교민이 있다가

많게는 절반 가까이 빠져나갔다는 통계도 있다고 했으니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많은 은행돈을 빌려서 학원을 크게 지은 곳도 봤는데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기도 했던 대형어학원들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다.

 

현지인들은 오랜 식민생활의 결과라고 하는데

매우 친절하고 순종적이어서 우리 교민들이 고용하는데 불편이 없다고 했다.

 

내가 있을 때도 피고용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예쁜 아가씨에서 기혼녀, 운전기사 아저씨까지 대단히 친절했다.

 

"예스 맘, 옛썰"

걔네들이 입에 붙은 말들이었고 늘 듣다보니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58평형 아파트가 1억 8천만 원 정도였으니

많이 싸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비싸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전세개념은 아예없고 사글세였는데

가정집은 평당 1만 원 정도의 사글세가 주류가 아닌가 싶었다.

 

인건비는 입주고용 여자의 경우 월 10~12만 원 정도?

남자 운전기사는 허드렜일 까지 하며 출퇴근에 월 20~30만 원 정도라고 했다.

 

말이 이민이지 완전히 국적을 부여하지는 않고

정기적으로 여권을 연장하면서 살아야 하기에 귀찮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부담도 된다.

 

최근에는 아로요 대통령의 지시로 법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현지인을 10인 이상 고용하면 영구비자를 준다는 말도 있었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 안기부 같은 곳에 근무하는 정보요원도

소형 화물차(픽업같은) 뒤에 계란을 싣고 팔러다니고 있을 정도로 국가에서 공무원들의 호구도 책임지기 어렵다고 했다.

 

나도 한때 충동적인지 모르지만

아, 이곳에서 살고싶다고 생각했다.

 

지상낙원 같은 느낌이랄까 뭐 그런^^;;

 

다만 물이 좀 귀한 것 같고

우기에는 습한 집안의 환경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우리나라에서와 다른 점이랄까...

 

현지인들은 한국 그러면 선진국이라고 생각하고

한국교민들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어딘가 모르게 대접받고

그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 일부 그릇된 습성이 꺼림칙했지만 글쎄 사람나름이리라 치부하고 싶다.

 

암튼 내겐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여행이었다.